이토록 뜨거운 격렬비열도

 

 

 

 사진출처. 두산백과사전

 

 

태안 갯벌에 발이 푹푹 빠지며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이 있어도, 숨구멍 직전까지 물이 차오르면 별 수 있나? 발길 돌려 육지로 돌아올 뿐이지. 한데 그 중 몇은 모르겠다 차라리 죽자 하는 맘으로 해 지는 서쪽 끝으로 계속 수중보행 하면, 황해의 조기떼들이 그대를 어이없이 쳐다보며 희한한 물고기 구경하듯 하겠지만, 그러든 말든 계속 걷다보면, 그대는 산둥반도 직전, 말하자면 저승 어디쯤에서 그 이름도 불타오르는 섬, 격렬비열도에 가닿게 될 것이다.

 

이 섬은 7000만년 정도에 생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섬이랍디다. 한때는 주민들이 살았지만 이제는 아무도 없고, 등대도 무인등대로 바뀐 지 오래지요. 나는 오늘 문득 그 섬을 떠올렸다오. 갓 스물 넘었을 때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어느 형님을 따라 그 섬 근처까지 갔었던 적이 있지만 배에서나 그 섬을 바라봤을 뿐이지요. 선배는 팔뚝만한 농어를 낚고 그 고기만큼 날뛰었지만 나는 그때 저 멀리 가물거리는 격렬비열도란 섬 이름에 낚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후로 나는 다시는 가닿을 수 없었지요. 그 섬으로 가는 여객선은 없어요. 낚싯배 한 척을 통으로 빌리려면 100만원 든다는데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내 좋아하는 만두나 실컷 처먹다 가는 게 낫겠다 싶어 항구 근처 시장에서 만두를 배터지게 먹고 돌아왔지요. 한데 오늘 문득 , 그 섬이 텅 빈 내 심장에서 다시 팔딱이네요. 그것은 어쩌면 점심에 먹은 뜨거운 만두 때문입니다

 

나는 말년에 만두를 먹고 죽고 싶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늙어서 나는 외따로 홀로 살 생각을 했지요. 모르긴 몰라도 그 어디 산속 깊은 곳일 겁니다. 긴 겨울을 간신히 나고 봄날에 읍내로 쌀을 사러 나갈 날이 있을 겁니다. 장날쯤 되겠지요. 장터를 이리저리 돌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몇 개를 보고는 입맛을 다시는 겁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쌀 사고 남은 몇 천 원이 있네요. 몇 번을 망설이다 만두 반접시만 파냐고 물어보니 주인이 짜증을 내면서 몇 개 담아주네요. 나는 길가에 앉아 봄볕 즐기면서 만두 몇 개를 후다닥 먹어치우는 겁니다. 엄청 뜨겁긴 하지만 난 젊어서부터 뜨거운 것을 잘 먹었습니다. 손으로 못 만지는 것도 일단 입으로만 가져가면 별 문제가 아니었지요. 입천장이 다 벗겨져도 가뿐히 먹어치웁니다. 서양 아이들은 곤란한 문제를 뜨거운 감자라고 표현하던데, 뜨거운 육즙 찍! 나오는 만두에 비하면 아이스크림 수준이지요. 늙어서 이빨이 성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잇몸으로 만두 먹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다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게 그만 급체를 일으켜서 나는 길바닥에 픽 쓰러져서는 먹은 만두 몇 개를 세상에 토하고 죽는 것이지요.

 

세상 것들은 하나 같이 다 맛나지만, 아무래도 내가 소화하기에는 힘든 것이었습니다. 나는 오늘도 너무 뜨거워 곤란한 만두 몇 개를 사먹었습니다. 또 입천장이 하얗게 벗겨지네요. 그렇게 만두 몇 개를 사먹고 나오다가 횡단보드 앞에서 나는 문득 그 섬이 떠올랐어요. “! 격렬비열도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란 영화를 보면,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박복해지는 주인공 여자가 애인에게 개처럼 차일 때마다 이렇게 중얼거리죠.

아니 왜.....”

 

정말이지 왜였을까요? 입천장은 하얗게 벗겨졌지만 어쩌면 오늘의 만두가 너무 뜨겁지 않았던 걸까요? 그러게요, 만두는 어쩌면 이제 별로 뜨겁지 않나봅니다. 아무리 뜨거워도 나는 만두를 너무 잘 먹어요. 그게 왜 이리 헛헛할까요. 나는 문득 그 시절 내가 발 딛지 못했던 격렬비열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지네요. 그 섬에는 내가 결코 삼킬 수 없는 격렬하게 뜨거운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요? 이름만으로도 그 섬은 청춘의 열정이 작렬하는 곳 같지만, 사실 격렬비열도란 그 이름은 새들이 열을 지어 날아간다는 뜻이더군요. 그 섬에 가서 한 삼년 살고 싶네요. 텐트에 살면서 그 작은 섬을 몇 달 꼼꼼히 둘러보고 두 번째로 좋은 터에 자리를 잡고 싶네요. 그 한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고운 흙이 될 때까지 텃밭을 가꾸고 텃밭 주변에는 이끼를 옮겨와서 경계를 지워야겠네요. 그리고 그 작은 텃밭에서 더 할 필요도 없는 호미질을 매일매일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은 바다를 보고는 산삼 찾은 심마니마냥 큰 소리로, “어이~, 어이!” 하고 소리를 쳐보다가, 또 어느 날은 죽은 심청이 찾는 심봉사마냥 어이~ 어이!” 하고 소리쳐보고 싶네요.

 

그러다 혹여 이 섬에 나 말고 또 어떤 이가 들어오면, 그에게 첫 번째로 좋은 집터를 알려줄랍니다. 그리고는 내 집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호통을 칠 생각입니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유격을 두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들처럼 삽시다. 세상에는 친구가 없어요. 다만 커다랗게 허무한 이와 가끔씩 눈 마주치며 살고 싶네요.

 

이 글을 읽는 그대가 혹 그토록 뜨거운 사람인가요? 

 

 

 

 

 

Leaning On The Everlasting Arms .  chet atkins 

 
prev 1 2 3 4 5 6 7 ··· 4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