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얼굴

 

겁먹은 얼굴,
겁먹고도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계속하던 그 사람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인도 암니차르 어느 어두운 골목길,
시크교도 복장의 사내 하나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때마침 창가에 불 밝혀진 집이 있어 그쯤에 멈춰 서서 뒤돌아봤다. 나와 조금 떨어져서 그도 따라 걸음을 멈췄다.
그의 표정이 보였다.
오히려 그가 잔뜩 쫄아 있었다. 몸은 반쯤 담쪽으로 하고 얼굴만 나를 향하고서 허겁지겁 수음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는 이내 사정을 하고 담벼락에 손바닥을 쓱 닦더니 바지 속에 제 물건을 대충 밀어넣고는 어둔 골목 저 편으로 멀어졌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거 말고, 덜덜 떨며 어쩔 수 없는 걸 계속하던 그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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