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남, 태풍남



봄이었다. 동네 꽃집 아가씨들이 골목 어귀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뭐하냐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야 한단다. 그걸 잡아야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데 벚꽃잎들이 매번 아슬아슬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너머로 멀찌감치 서 있는 친구가 뵌다. 그녀는 이제 마흔 둘인데 남자보다는 차라리 개들을 키우며 산다. 그녀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벚나무 아래 서 있는 낡은 자동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동차 위에는 차보다 더 낡은 가죽가방이 올려져 있고, 웬 사내 하나가 운전석 쪽 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몸을 거의 다 집어넣어 조수석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열심히 챙기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풍경이었다. 어이! 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려는데, 그 순간 허공에서 흩어지던 벚꽃잎들이 일제히 그녀의 가슴팍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나는 사내를 한번 더 바라본다.  

 

그리고 여름이 되었다. 그녀는 창문을 열어두고 잠들었다고 했다. 한데 도대체 숨이 안 쉬어지더라는 것이다. 꿈에서 그런 거냐 하니, 꿈인지 생시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녀의 분석으로는 바람이 하도 코와 입으로 몰아쳐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은 것 같단다. 하긴 그날은 태풍이 서울로 북상했던 날이었다. 그녀는 잠결에도 그것이 바람인 줄 알았지만 왠지 어떤 남자가 자기를 자꾸만 짓누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무서웠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따라가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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