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봄볕이다
나는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느 낯선 곳에 흘러들어
누군가에게 훼손당하는 꿈을 꾼다.
나를 모욕한 자에게 편지를 띄워 기어이 다시 만나고
그의 억지를 듣고 기꺼이 순종한다
그대처럼 행복하기 싫어서 그대처럼 불행하기 싫어서...
하지만 이마저 아무런 낯선 시간이 아니다
창가에 앉아 봄볕을 오래 바라본다
내가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만 만나야한다는 이상한 윤리가
유리창 언저리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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